햄버거는 의외로 동시대 예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앤디 워홀은 1982년 다큐멘터리 영화에 등장해 아무 말 없이 버거킹 와퍼를 먹는 장면을 비추며, 계층을 가리지 않는 대중적 소비 행위를 하나의 팝 아트로 승화시켰다. 1980년대 밀라노의 청년들은 또 어떠한가. ‘파니나리(Paninari)’라 불린 이들은 미국식 패스트푸드점을 거점으로 삼아 몽클레르 패딩과 리바이스 데님을 입고, 느린 기성문화에 저항하는 정체성을 표현했다. 오늘날 패션 브랜드들 역시 미국적 라이프스타일이 응축된 햄버거라는 기호를 옷으로 구워낸다. 때로는 스트리트 브랜드의 자유로운 감성과 만나 위트 있는 오브제로 활용되고, 때로는 오랜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의 서사와 결합해 예기치 못한 클래식의 변주를 보여준다. 혹은 브랜드 마케팅을 대중문화의 유쾌함과 버무려 창의적인 레시피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잘 차려입은 햄버거들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다. 입는 것으로 한 끼 식사를 든든하게 챙길 수 있는 각양각색의 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