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이완이 여행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안락한 호텔과 이름난 관광지에서 내려와, 기꺼이 땀 흘리는 노력을 통해 낯선 도시의 심장부로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이른바 ‘런트립(Run Trip)’. 두 발을 가장 정직한 렌즈 삼아 도시의 속살을 느끼고, 차창 밖으로 스치던 풍경의 결을 온몸으로 읽어내는 이 새로운 여정은 이제 하나의 분명한 흐름을 형성한다. 홍콩관광청이 주관하는 홍콩 런트립 블랙야크의 제주 런트립 상품 사이판 마라톤 런트립 상품 일부 마니아의 특별한 활동으로 여겨지던 이 움직임이 공동체의 영역으로 확장되자, 관련 플랫폼과 마라톤 전문 여행사 등이 등장하며 런트립은 명백한 산업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달리기를 위해,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에 당도한다. 이 자발적 고행에 가까운 행위에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이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일상의 피로를 벗어던지기 위해 떠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