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농구 코트의 필요로 탄생한 한 스니커즈는 훗날 브랜드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나이키 에어포스 1의 진정한 힘은 화려한 외형이나 고도의 기능이 아닌,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을 비워낸 ‘순백’ 그 자체. 어쩌면 철학자들이 말하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 즉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석판처럼 에어포스의 하얀 가죽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바로 그 비어 있는 여백의 미 덕분에 에어포스는 시대를 초월하여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는 스니커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순백의 스니커즈는 종종 개인의 서사를 섬세하게 새겨 넣는 캔버스가 되곤 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그 캔버스를 채우는 것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었다면, 오늘날 나이키는 직접 작은 ‘참(Charm)’과 보석, 가죽 장식 등을 더하며 개성을 갈망하는 시장의 욕구에 반응하고 있다. 기성품의 안정감 속에서 특별함을 누리고자 하는 현대인의 미묘한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