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릿(Doublet)’은 늘 혼란에서 미학을 뽑아내는 브랜드다. 실험적인 소재, 해체된 실루엣, 그리고 이를 엮어내는 다층적인 유머 감각까지. 디자이너 이노 마사유키는 ‘이런 걸 사는 사람이 있다고?’ 싶은 옷과 신발을 꾸준히 선보이며, 그만의 엉뚱함이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는 걸 증명해 왔다. 그런 그가 최근 컨버스와 협업으로 선보인 ‘잭 퍼셀 올스타’는 컨버스의 아이코닉한 두 모델을 하나로 합쳐, 말 그대로 이음매부터 아웃솔까지 반반씩 겹친 독특한 실루엣을 갖췄다. 분명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신선한 형태지만, 의외로 ‘더블릿답지 않게 무난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이미 더블릿에게 너무 많은 걸 보아왔기 때문일지도. 바늘처럼 뾰족한 스파이크가 외피 전체를 덮거나, 자수를 풀어헤쳐 찰랑이는 프린지로 만든 신발에 비하면, 이번 ‘잭 퍼셀 올스타’는 더블릿 특유의 기괴함이나 유희성을 한층 자제한 인상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무난함’ 자체가 더블릿의 또 다른 장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