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트렌드를 얘기하면 뭐니뭐니 해도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데님(Denim). 실제로 Y2K 트렌드와 맞물려 청청패션, 워싱진 등 데님을 활용한 아이템과 룩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하반기에도 데님은 강세일 가능성이 높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 Burberry 2023 S/S RTW

하반기 트렌드로 ‘올드머니룩’을 필두로 기본기에 충실한 룩이 꼽히기 때문. 기본이라고 하면 역시 데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을까. 상반기부터 하반기 트렌드를 모두 관통하고 있는 데님. 오늘은 그 데님 중에서도 근본 중의 근본으로 여겨지는 리바이스(Levi’s)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늘 우리 곁에 있는 데님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사실 데님을 트렌드라고 콕 집어서 말하는 게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팬츠의 형태부터 소위 청자켓이라고 일컬어지는 트러커와 같은 아우터의 형태로, 혹은 셔츠의 형태로 데님은 다양하게 존재해 왔다.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카테고리가 있긴 했지만 데님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그렇기에 트렌드보다는 클래식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 중에서도 클래식, 데님의 시작, 리바이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알다시피 데님은 노동자들이 입는 워크 웨어(work wear)였다. 리바이스의 역사는 1850년대 미 서부 개척 시대 속에서 시작된다. 리바이스의 창립자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금광을 캐던 광부들을 위한 튼튼한 원단의 옷을 만든 게 그 시작이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지금의 형태를 띤 청바지의 본격적인 시작은 1873년 재단사 제이콥 데이비스의 제안으로 내구성을 위해 구리로 된 리벳을 달면서부터인데, 이것이 바로 리바이스의 대표모델 ‘501’의 시초이다. 여담으로 ‘501’이라는 이름이 나온 건 조금 더 훗날의 이야기다. 1890년 별도의 이름이 없던 청바지에 로트(LOT) 번호 ‘501’이 붙으며 501 모델이 시작된 것.

리바이스의 인기몰이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튼튼한 내구성과 오염에 강한 원단으로 이전까지는 광부, 농부 등 노동자들이 즐겨 입던 리바이스가 확실한 패션 아이템으로서 인기를 끈 건 1950년대에 들어서다. 제임스 딘, 스티브 맥퀸과 같이 남성미와 반항미를 물씬 풍기는, 청춘을 상징하는 헐리웃 스타들이 영화에 청바지를 입고 나오며 패션 아이템으로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여담이지만 당시 제임스 딘이 입은 바지는 리바이스가 아닌 리(Lee) 제품이다. 리바이스가 데님의 대표격이다 보니 어부지리로 덩달아 인기를 얻은 셈. 이후 히피, 갱 등이 리바이스를 즐겨 입으며 반항과 자유라는 이미지와 함께 리바이스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그 이후로 리바이스는 505, 517 등 다양한 실루엣의 제품을 출시함은 물론, 움직임과 편안함에 중점을 둔 엔지니어드 진(Engineered Jeans),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이들을 위한 커뮤터 진(Commuter Jeans), 90년대 힙합과 스케이트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실버탭(Silver Tab) 등 다양한 라인을 출시한다. 일본의 배우 기무라 타쿠야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엔지니어드 진은 당시 특히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리바이스도 주춤한 적 있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이런 리바이스도 주춤했던 적이 있다. 사실 주춤한 걸 넘어 아예 넘어진 수준이었다. 1990년대 후반, 리바이스는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큰 실패를 겪으며 휘청이게 되고, 매출과 기업 가치 모두 추락하는 위기를 맞닥뜨린다. 당시 게스, 캘빈 클라인 등 새롭게 등장한 청바지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실루엣과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바이스는 계속 ‘클래식’을 외치고 있었고, 오히려 시류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클래식과 트렌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리바이스가 선택한 건 ‘콜라보’였다. 나이키, 베트멍, 오프화이트 등 트렌디한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하는가 하면,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자신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바로 그 계기, 셀럽을 활용한 마케팅에도 다시 집중하게 된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이런 기조는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올해만 하더라도 벌써 크록스, 데님 티어스, ERL, JJJ자운드, 스투시, 앰부시 등 다수의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또 501 탄생 150주년을 맞아 대세 중의 대세, 뉴진스(NewJeans)를 스페셜 엠배서더로 기용하기도 했다. 뉴진스라는 그룹명은 언제 입어도 멋스럽고 시대 불문 모두에게 사랑받아온 진(Jean)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진에 가장 부합하는 게 리바이스이지 않나. 이름부터 가장 적합한, 그야말로 최고의 콜라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리바이스는 콜라보를 통해 트렌드에 집중하는 한편, 클래식 그 자체라는 자신들의 강점 역시 잃지 않았다. 그들의 헤리티지는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는데, 이는 자의적이면서도 상당히 타의적인 성과이기도 하다. 먼저 헤리티지 모델을 복각한 고가 라인,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Levi’s Vintage Clothing, 이하 LVC)’ 라인을 전개하는 것은 자의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패션 커뮤니티 등지에서 활동하는 데님 마니아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입에서 리바이스보다 오히려 더 자주 거론되는 단어가 LVC이다. 복각에 있어서 집착에 가까운 광기를 보여주는 일본 브랜드가 오히려 LVC보다 고증을 잘 살린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시 오리지널리티는 쉽사리 무시하지 못한다.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하지만 이것만으로 헤리티지가 빛을 발했다고 하기엔 무언가 아쉽다. 여기에 타의적인 것들이 더해지며 본격적인 시너지가 일어나게 된 것이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일본의 레플리카 데님 브랜드들을 비롯한 유수의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리바이스의 과거를 조명하며 다시금 대중의 주목을 받게 했으며, 리바이스의 방대한 빈티지 아카이브에 매료된 마니아들은 ‘빈티지’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걸 넘어 더욱 확대하고 있다. 계속해서 성장중인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리바이스 빈티지의 가치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으며, 관련된 빈티지샵, 리메이크샵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리바이스의 힘은 곧 근본

근본 of 근본, 리바이스에 대하여

리바이스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단순히 콜라보를 통해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기 때문일까? 그것 역시 무시하지는 못 하겠지만 순전히 그것 덕분이라고 하는 건 과하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그들의 헤리티지 속에 그 해답이 있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최초의 의미는 남다른 법.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어찌 됐든 리바이스가 가진 최초의, 가장 오래된 청바지라는 아이덴티티, 즉 근본은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우리가 데님을 입는 한 리바이스의 가치는 쭉 유지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