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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트렌드세터에서 트렌드 그 자체로,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에디터 J. ∙ 읽음 4,007 ∙ 2020.12.20
트렌드세터에서 트렌드 그 자체로,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패션의 아이콘, 미국의 래퍼, 히트 메이커, 콜라보한 상품마다 초대박.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미국의 래퍼 중 패션의 아이콘이라면 필자는 칸예 웨스트, 에이셉 라키, 트래비스 스캇 정도가 떠오른다. 이 중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상품마다 초대박을 치는 사람이라면 칸예 웨스트와 트래비스 스캇 정도가 되겠다. 둘 중에 누굴 소개하려는지 모르겠다면, 조금 더 설명을 덧붙여보자. 오토튠의 황제, 나이키의 파트너, 핼무트 랭, 릭 오웬스 등의 명품 브랜드가 사랑하는 래퍼. 이 정도면 누구인지 알겠는가? 그렇다. “Straight up!” 과 “It’s lit!”을 세상에서 제일 맛깔나게 뱉는 래퍼, 트래비스 스캇 되시겠다.
트래비스 스캇, 본명 자크 버만 웹스터 2세. 1992년 4월 휴스턴 출생. 모든 슈퍼스타가 그랬듯이, 그의 인생도 처음부터 순탄대로는 아니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범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텍사스 대학교 샌안토니오 캠퍼스로 진학한 그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하고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

지금이야 트래비스 스캇이라는 이름 하나로 집까지 살 수 있겠지만, 자퇴생 초짜 스캇은 가난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대학에 가는 줄로만 알고 등록금을 보내줬지만, 그는 그것을 음식값고 비행기표에 모두 써버리고 말았다. 뉴욕의 친구 집에 빌붙어 사는 생활은 빈곤했고, 그는 자신의 뉴욕의 생활을 담은 뮤직 비디오를 만들고 뉴욕을 떠났다.

4개월만에 뉴욕을 뜬 스캇은 LA로 가서 음악을 계속하여 차츰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중간에 휴스턴에 있는 본가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아들이 음악을 하는 것에 잔뜩 화가 난 부모님의 불호령 한 방에 집에서 쫓겨났고, 허겁지겁 LA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그의 인생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에서 찍은 뮤직비디오를 본 래퍼 티아이가 그를 뉴욕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 초대한 것이다.
없는 돈 있는 돈 싹싹 긁어모아 다시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티아이의 스튜디오로 날아간 스캇은 스튜디오에서 신나게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기대와는 다르게 계약이나 스카우트 제의는 없었다고.

다시 LA로 돌아간 스캇에게 이번에는 두 번째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스캇이 뉴욕에서 찍은 뮤직 비디오가 무려 칸예 웨스트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칸예가 누구인가. 최고의 래퍼이자 프로듀서, 수많은 히트곡들을 만든 히트 메이커이자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 아닌가. 스캇의 프로듀싱 능력과 재능에 반한 칸예는 그의 레이블 컴필레이션 앨범에 스캇을 참여하게 했고, 스캇은 한순간에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스캇의 음악적 스타일은 언뜻 들으면 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오토튠과 트랩 비트의 조합은 현 시점에서는 유행이라는 말이 진부할 정도로 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뻔한 조합이 스캇의 손에 닿으면 금으로 변하는 듯하다.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거친 질감, 한 곡 안에서도 다양하게 변하는 튠과 예상을 뒤엎는 비트 스위치는 기존 트랩 음악에 질린 힙합 팬들마저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트래비스 스캇은 시대를 앞서는 아티스트라는 평을 받으며 센세이션 그 자체가 되었다.
사람들이 스캇에 열광하는 이유는 음악만은 아니다. 마르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기다란 팔다리는 무엇을 입어도 테가 날 수 있게 했다. 지방시, 핼무트 랭, 릭 오웬스 등, 브랜드만의 색채가 강한 옷들도 그는 무리 없이 소화한다. 스트릿 브랜드 또한 예외가 없다. 그가 입은 모든 옷들은 화제가 되고, 앨범 발매를 기념하며 출시된 머천다이스들은 리셀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자랑한다.
그의 선배이자 아버지같은 칸예 웨스트는 아디다스의 디자이너이다. 칸예의 제자, 스캇은 아디다스의 최대 라이벌인 나이키의 남자이다. 2017년 12월, ‘AF100’ 이벤트에 참여하여 에어포스 1을 디자인한 것에서 나이키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물론 지금만큼의 인기는 아니었다.

스캇과 나이키의 전설은 2019년 2월부터였다. 스캇은 2019 그래미 어워드와 함께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를 기습 발매했고, 그것은 센세이션의 시작이었다. 모카색 스웨이드, 거꾸로 달린 스우시, 캑투스 잭 로고까지. 트래비스 스캇은 자신의 협업 스니커즈가 단순히 ‘색깔 놀이’에 그치는 것을 거부하고, 스니커즈 여기저기에 자신의 상징을 추가했다. 스캇이 디자인한 에어 조던 1은 극소량만이 발매되어 스니커 마니아들의 갈증을 키웠고, 그 관심과 인기는 5월 정식 발매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소량 발매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스캇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에어 조던 1 하이를 시작으로 에어 조던 1 로우, 에어 조던 6, 에어 포스 1, 덩크 로우, 그리고 에어 맥스 270까지. 그는 신발 속에 자신의 세계를 새겨 넣었다. 그의 신발은 그의 세계, ‘아스트로월드’ 그 자체가 되었다. 그의 팬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스니커헤드, 심지어 신발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까지 모두 열광하게 한 트래비스 스캇은 진정 마이더스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힙합 팬들은 모두 새로운 것을 원한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OG, 즉 오리지널리티는 간직하고 있기를 바란다. 흔히 말하는 '근본'에서 한 발짝 나아가는, 그런 진보를 원하는 것이다. 비단 힙합 팬뿐만 아니라 스니커즈 매니아들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깐깐한 이들에게 트래비스 스캇은 완벽한 답이 되어주었다. 칸예 웨스트의 유산을 받아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 음악성, 스니커즈의 원 모습은 유지하되 누가 봐도 트래비스 스캇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만들어낸 창조성까지. 그 누가 트래비스 스캇을 미워할 수 있겠나.

이 글의 마지막을 쓰고 있는 필자는 트래비스 스캇의 'Stargazing'을 틀어놓고 그의 신발을 구경하고 있다.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신발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충격을 줄까, 어떤 신선함을 가져다 줄까. 그것을 느낄 수 있게 신발 한 족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