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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해체, 재해석, 창조. 사카이(Sacai)

에디터 J. ∙ 읽음 5,978 ∙ 2020.10.29
o?] 해체, 재해석, 창조. 사카이(Sacai)
아침에 무엇을 입고 나갈까, 옷장을 열어보며 고민하다가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자켓도 입고 싶고, 저 코트도 입고 싶은데, 둘 다 입을 수는 없고. 손이 두 개의 옷 사이에서 정처없이 방황하다 결국 눈 딱 감고 에라 모르겠다, 집어 든 것으로 입고 나가는 그런 경험. 옷을 좋아한다면, 하나를 입고 나가며 자꾸만 옷장 속으로 눈길이 가는 경험은 흔하다. 그래서 야속하다. 두 개 다 입고 싶은데!
청자켓과 라이더 자켓, 코트를 같이 입고 싶어하는, 필자와 같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가 있다. 하이브리드를 표방하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몇 가지 옷을 잘라서 하나로 만드는 브랜드. 나이키의 의류와 신발을 새롭게 재해석한 협업으로 단숨에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브랜드, 사카이이다.
사카이의 창립자인 아베 치토세는 일본의 유서 깊은 브랜드, 꼼데 가르송에서 니트 제작을 담당하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그녀는 꼼데 가르송에서 8년을 몸담은 후, 출산을 이유로 퇴사했다.
디자이너로서의 본능을 멈출 수 없었는지, 그녀는 자신이 입을 수 있는 니트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 직접 만든 니트를 편집샵인 빔즈(Beams)에 가져다 주었고, 빔즈는 그녀에게 더 만들어 볼 생각이 없냐는 말을 건네게 되었다. 치토세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1999년, 그녀의 브랜드인 사카이(Sacai)가 탄생하게 되었다.

외부의 투자를 일절 받지 않고 지분 100%를 소유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디자인하는 사카이의 행보에 샤넬과 펜디의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는 '가장 흥미로운 브랜드'라며 사카이를 치켜세웠다.
사카이의 컨셉은 ‘일상에 성립하는 디자인’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본적인 것 위에 변화를 주거나 몇 가지 요소를 추가해서 생각지도 못한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방식이다. 흔히 하이브리드라고 말하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적절하게 섞어내는 방식을 통해 그들의 컨셉을 유지한다. 블루종 위에 청자켓을 덧대어 붙이거나, 면과 나일론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코트를 만드는 식이다.
대중이 사카이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기 시작한 것은 나이키와의 협업을 통해서일 것이다. 2019년 상반기, 사카이는 나이키와의 협업을 발표하며 런웨이에서 스니커즈를 공개했다. 기존 나이키 와플 레이서와 블레이저를 재해석한 협업 스니커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와플 레이서를 재해석한 나이키 X 사카이 LD 와플은 100만원을 호가하는 리셀가로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여분의 끈 대신 두 개의 끈을 끼우는 방식, 두 개의 다른 배색의 스우시, 두 개의 중창, 두 개의 텅 등, 나이키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완벽히 다른 신발로 바꾸어놓은 사카이의 작품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나이키와 함께한 의류 컬렉션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티셔츠와 셔츠를 합친 디자인, 후디와 Ma-1을 섞은 후디 등, 나이키의 의류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이목을 끌었다. 다소 높은 리테일 가격에도 불구하고 발매되자마자 ‘순삭’된 점에서 그것을 엿볼 수 있다.
2019년을 ‘정복’한 사카이와 나이키의 협업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2020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꼼히는 나이키 X 사카이 베이퍼와플은 11월 6일, 세일 컬러와 블랙 컬러의 발매가 예정되어 있다. 이중으로 구성된 스우시, 혀부분, 신발끈, 중창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끝이 뾰족한 중창의 모양이 특징이다. 세련된 컬러 조합과 쉐입과 함께 왠지 모르게 풍기는 레트로함은 스니커즈 매니아들의 군침을 돌게 하기 충분할 듯하다.
새로운 것이 없다며 지루하다고 느낄 때,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때가 많다. 뻔하고 기본적인 것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하나하나 해체해보고, 다른 방법으로 다시 조립하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것이 눈앞에 나타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카이라는 브랜드가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과정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눈을 꼭 감으며 생각을 초기화하자. 그리고 눈앞에 있는 것을 다시 보자. 뭔가 새롭게 보이지 않는가?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 없다. 새로운 시각을 위해 물구나무를 설 필요도 없다.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새로운 것만을 보겠다며 조바심을 내지 말자. 기본에 충실할 때, 비로소 영감은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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