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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가 대세다.

유재석을 메인으로 하는 예능 ‘놀면 뭐하니’ 에서 유재석은 이효리, 비와 함께 혼성 삼인조 그룹 ‘싹쓰리’를 결성해서 레트로한 무드의 곡, ‘다시 여기 바닷가’ 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명실상부 우리나라 댄스 가수의 전설인 박진영은 독보적인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한 선미와 함께 7080 시대의 디스코 리듬을 차용한 노래, ‘When We Disco’로 여전히 건재함을 뽐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은 그들이 기억하는 과거를 재해석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패션에서도 옛 것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뉴트로’ 열풍은 멈출 줄을 모른다. 200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나이키 덩크 시리즈는 끊임없는 재발매와 과감한 컬러웨이, 여러 협업으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의의 유행도 슬림핏보다는 넓은 통의 바지, 흔히 말하는 나팔바지로 변하고 있고, 자신의 룩에 과감한 컬러를 이용해 포인트를 주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흔히 말하는 ‘힙’한 것을 과거의 것에서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온 국민이 뉴트로 열풍에 물들고 있는 듯하다.
오버한 셋업, 발등을 다 가릴 정도로 긴 바지 기장, 그리고 덩크. 2020년의 설현의 착장은 2000년대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이 한 마디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폼은 일시적이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
축구의 오래된, 그리고 제일 유명한 격언 중 하나이다. 물건 또는 사람의 진정한 가치나 실력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속담으로는 ‘썩어도 준치’ 정도 되겠다. 이 격언을 조던 시리즈에 적용하면 이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은 일시적이어도 가치는 영원하다.‘
조던 시리즈에서 시작된, 꾸준히 사랑받는 컬러웨이들이 있다. 시카고, UNC, 블랙토 등, 스니커즈계의 한 획을 그은 컬러의 조합은 후세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이 되어 새로운 스니커즈를 태어나게 한다. 실제로 조던 1은 많은 협업을 통해 재해석되어 대중 앞에 나타난 경우가 많다. 오늘은 그중에서 ’근본‘ 컬러웨이라고 불리는 시카고, 블랙토, UNC, 스톰 블루가 어떻게 재해석되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알아보자.
시카고, UNC 컬러웨이-오프 화이트 X 조던 1 레트로 하이 ’시카고‘, ’UNC’
오프 화이트의 수장, 버질 아블로에게 조던은 우상 그 자체였다. 조던은 그에게 삶 그 이상, 슈퍼맨이었다고 고백하는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조던 1을 재해석해 마이클 조던에게 경의를 표했다.
오프 화이트의 수장, 버질 아블로
나이키와 진행한 더 텐(The Ten) 콜라보에서 그는 두 가지 테마를 제시하는데, 그 중 에어 조던 1은 ‘Revealing’ 테마에 속한다. ‘Revealing’ 테마는 접근 가능해보이도록 디자인되어 핸드컷, 오픈 소스 그리고 재구성이 특징이다.
스트릿 브랜드 오프 화이트와 나이키가 진행한 협업 더텐(THE TEN).
기존 에어 조던 1의 시카고와 UNC의 컬러웨이를 차용하여 언뜻 보면 옆의 레터링 이외의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버질 아블로는 과감하고도 섬세한 디테일을 집어넣으며 신발 안에서 자신은 마음껏 뽐냈다. 마치 코트 위의 마이클 조던처럼 말이다.
왼쪽부터 오프 화이트 X 조던 1 레트로 하이 ‘시카고’, 오프 화이트 X 조던 1 레트로 하이 ‘UNC’
어퍼 부분에 조던의 가죽 소재가 아닌, 더텐 시리즈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매쉬 소재가 쓰였고(이 덕분에 변색도 잘 된다.) 스우시가 패치 형식으로 앞뒤로 재봉질이 되어있다. 특히 스우시 뒤의 주황색 패치는 버질 아블로의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혀 측면의 라벨과 윙 뒤쪽에 조던 1의 탄생 년도를 기념하는 ‘85’ 프린팅, 솔 부분의 “AIR” 프린팅, 그리고 측면의 레터링.
스우시는 펀칭으로만 그 흔적을 남겨두고 그 공간을 오프 화이트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폰트 레터링으로 가득 채웠다. 숨어 있는 디테일이 몇 개인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 디테일이 하나도 따로 튀는 것이 없이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오프 화이트 X 조던 1 레트로 하이 시리즈의 시카고 컬러웨이와 UNC 컬러웨이는 스니커즈 자체의 디테일은 모두 같지만, 발매일과 박스 디테일이 다르다. 시카고 컬러는 2017년 9월 9일, UNC 컬러는 2018년 6월 23일에 발매되었다.
위의 박스가 오프 화이트 X 조던 1 레트로 하이 '시카고' 의 박스, 아래 박스가 오프 화이트 X 조던 1 레트로 하이 'UNC'의 박스이다.
일반 나이키 스니커즈 박스와 크게 다른 점이 없는 UNC 컬러의 박스와 달리, 시카고 컬러의 박스는 박스 상단에 "JUMPMAN" 이라는 레터링이 들어가 있고, 옆면에 오프 화이트와 나이키의 협업임을 알리는 글이 프린팅되어 있다.
조던의 역사 위에 아블로만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오프 화이트 X 나이키 에어 조던 1 시리즈는 가히 뉴트로의 정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블랙토, 스톰 블루 컬러웨이-유니온(UNION) X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 '블랙토', '블루토'
1989년, 스트릿 문화를 사랑하는 세 명의 청년이 뉴욕으로 모여서 작은 편집샵 하나를 설립한다. 뉴욕의 중심지인 소호에 등장한 그 편집샵의 이름은 Stussy Union, 창립자는 마리 앤 푸스코, 제임스 제비아, 그리고 에디 크루즈. 1991년, 에디 크루즈는 그들에게 LA로 편집샵을 이전하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그렇게 지금의 유니온 LA가 탄생하게 된다.
로스 앤젤레스에 위치한 편집샵 유니온 LA.
세 명의 동업자 중 에디 크루즈와 제임스 제비아는 유니온 LA를 나오게 된다. 그들은 그들만의 브랜드를 창립하는데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에디 크루즈는 언디피티드(UNDEFEATED), 제임스 제비아는 슈프림(SUPREME)을 만들게 된다. 세계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스트릿 브랜드의 전신이 된 유니온 LA는 지금도 여러 콜라보를 통해 여전한 위세를 뽐내고 있다.

2018년, 그들은 에어 조던과의 협업을 발표하며 두 가지의 조던 1 하이 시리즈를 선보였다. 스톰 블루 컬러 위에 블랙토 컬러를 합친 모델과 블랙토 컬러 위에 뉴트럴 그레이 컬러를 합친 모델이었다. OG 컬러의 조던 1을 잘라서 봉제한 듯한 특이한 생김새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리셀가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었다.
왼쪽이 유니온 LA X 조던 1 레트로 하이 '블랙토', 오른쪽이 유니온 LA X 조던 1 레트로 하이 '블루토'.
유니온 LA와 조던 1의 협업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빈티지'이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무엇을 신고 나갈까, 고민하는 그 찰나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되는 신발이 이 콜라보의 컨셉이었다고 한다. 블랙토 위의 뉴트럴 그레이 컬러, 스톰 블루 위의 블랙토 컬러를 넣고 봉제를 한 듯한 디테일 또한 정이 들어 계속 신고 싶은 마음에 끊임없이 수선하고 수선한 느낌을 주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스니커즈 곳곳에 빈티지한 느낌을 주는 포인트를 많이 볼 수 있다.

지금부터 그 디테일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윙 로고는 다른 조던들보다 크게 음각 처리되어 있고, 가죽의 질갑이 굉장히 입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 아래에는 유니온 LA와의 협업임을 나타내는 UN/LA 택이 붙어있다. 그 아래로 블랙토 컬러와의 경계면에 파란색 실로 봉제한 듯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윙로고 위쪽의 스웨이드는 굉장히 거칠게 보이는데, 이것 또한 빈티지함을 나타내기 위한 디테일로 볼 수 있다.
커팅 부분의 가죽 색상을 염색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또한 이 스니커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변색이 된 듯한 누런 미드솔도 이 스니커즈의 특징이다. 빈티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디테일이라 할 수 있겠다.
유니온 LA X 조던 1 시리즈는 OG 컬러를 적절히 배합하여 빈티지한 무드를 한껏 살리면서 동시에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에어 조던의 '근본'을 훌륭하게 재해석해낸 데에서 나오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당신도 당신만의 조던을 만들어서 유명해지면 무수한 사인의 요청이 쏟아질 것이다!...어쩌면.
한 분야의 전설은 그의 업적만으로도 칭송받아야 마땅하고, 그의 유산은 보존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전시하고 바라만 본다면, 발전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려고 한다. 바로 그 부분이 더 나은 길로 가는 첫걸음인 것이다. 전설들도 먼지 쌓인 위인전 속 한 켠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재해석과 재창조,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 이것이 진정으로 전설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방식일 것이다.

자, 이제 집에 먼지 쌓인 조던을 꺼내보자. 그리고 펜을 들어서 마음대로 낙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옆 집 민수에게 가서 파는 것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조던이라고 말하면서! 욕을 한 사발 얻어먹었다고 상심하지는 마시라. 그게 창작의 고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