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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편집숍이자 브랜드, 암스테르담의 문화를 이끄는 파타(PATTA)

슈프라이즈 ∙ 읽음 5,691 ∙ 2021.10.14
편집숍이자 브랜드, 암스테르담의 문화를 이끄는 파타(PATTA)

Patta

스니커를 비롯해 스트리트와 스케이트보드 패션이 주류로 자리하고 있는 요즘, 누군가가 미국의 슈프림, 영국의 팔라스를 이야기하다 갑자기 ‘네덜란드의 스트리트 패션‘을 묻는다면 멈칫할지도 모른다. 사실 그것도 잠깐, 바로 뒤이어 ‘파타‘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대부분 “아하!”가 나오지 않을까. 위 내용이 어색해도, 한 번에 와닿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부터 파타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것이니. 


| 파타 - PATTA


2004년 어느 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첫 발을 내디딘 리테일 숍이자 브랜드 파타(PATTA). 창립자는 네덜란드의 두 흑인, 에드슨 사바요와 기욤 슈미트이다. 파타의 시작은 이 듀오의 만남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접점은 흥미롭게도 ‘음악’이다. 에드슨과 기욤은 90년대와 00년대 초 네덜란드의 힙합 신과 밤문화를 앞장서서 이끌었던 DJ와 MC였고, 당시 음악을 열정적으로 즐긴 이들은 지속적으로 국가를 불문하고 음반, 그리고 스니커들을 모았다고 한다. 


파타 탄생의 도화선은 에드슨과 기욤이 뉴욕 등(스니커 성지)으로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애장품을 자신들의 지역사회인 암스테르담에서 판매를 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친구와 지인 중심의 자그마한 판매 활동에 어느새 많은 수요가 더해졌고, 점차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시대 배경을 떠올리면 파타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던 스니커는 당연하게도 지금보다 더 구하기 어려웠기에, 파타가 판매하는 신발은 그들 사회 안에서 언제나 큰 화제를 불러 모으기 충분했다. 파타는 이를 기반으로 암스테르담과 네덜란드의 HYPE을 이끌었고, 이는 곧 자연스럽게 아디다스, 나이키와 같은 커다란 브랜드들과의 계약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약 17년이 지난 지금, 파타는 네덜란드에 가장 쿨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리테일 숍으로 자리하고 있고, 동시에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PATTA라는 이름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참, 이쯤 되면 그 뜻이 궁금할 텐데 PATTA는 에드슨과 기욤의 혈통, ‘수리남’에 경의를 표하는 ‘Shoe - 신발’의 속어이다. 그리고 그 로고는 이들의 친구, 아티스트 피에트 파라가 디자인하였다. 



Patta Original Clothing label


리테일 숍으로 시작한 파타이지만, 우리가 집중해볼 대목은 리테일 숍으로서의 파타가 아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이들은 하나의 독자적인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다. 예컨대 로니 피그의 키스, 크리스 깁스의 유니온처럼 말이다. 


파타의 자체 브랜드는 <Patta Original Clothing label>이라 명명된다. <Patta Original Clothing label>은 리테일 숍의 입장에서 입점 브랜드에게만 의존하는 것을 탈피하고자, 파타가 오랜 고민 끝에 자신들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 첫 시작은 지난 2011년 봄, 여름 시즌에 티셔츠와 보머, 그리고 캡 등으로 꾸려진 자그마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데에 있었고, 이후 201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2021년 현재까지 매 시즌마다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지만,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을 꼽아보라면 피에트 파라가 디자인한 커다란 ‘PATTA’ 로고를 새겨 넣은 티셔츠일 테다(흥미롭게도 ‘PARRA(파라)’의 R을 T로 바꾸면 ‘PATTA’이다). 이 외에도 매 컬렉션마다 각기각색으로 변주해 넣은 브랜드 로고를 찾아보는 재미, 각종 서브컬처를 비롯해 힙합과 흑인 문화 등 자신들이 하고픈 이야기들을 여지없이 담아낸 아이템들은 네덜란드를 넘어 전 세계가 파타를 사랑하게 만드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PATTA SOUNDSYSTEM

파타의 중심이 되어 주었던 것은 ‘스니커’임이 분명하지만, 그 태생을 ‘음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드슨과 기욤이 90년대 후반 떠오르고 있던 네덜란드 힙합 신에서 처음 서로를 알아간 만큼,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한 여러 친구들이 파타를 설립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만큼 말이다. 파타 자신들은 그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테고, 세월이 흐른 지금은 <PATTA SOUNDSYSTEM>에서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PATTA SOUNDSYSTEM>은 파타가 즐기는 음악을 브랜드의 팬들에게 공유한다. 아티스트의 곡은 물론, 그들을 인터뷰하는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내보이고, 함께 협업해 완성한 아이템들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음악을 알리는 것이다. <PATTA SOUNDSYSTEM>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세상에 소개될 수 있는 하나의 창구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파타가 문화를 이끄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PATTA RUNNING TEAM

<PATTA RUNNING TEAM>은 2010년 에드슨이 그의 친구들과 가족이 모여 훈련하고, 쉬고, 함께 어울리기 위해 설립한 오프라인 커뮤니티이다. 러닝을 기반으로 파타의 팬이라면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며, 달리는 속도와 강도 등이 모두 각기 다른 러너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각자 모두가 자신들의 목표를 다르게 설정하고 있지만, <PATTA RUNNING TEAM>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모이고 결승선 너머로 함께 달리는 것,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에 있다.


PATTA FOUNDATION

파타는 매년 수입의 일정 비율을 비영리 단체인 <PATTA FOUNDATION>에 기부한다. <PATTA FOUNDATION>은 젊은 층에게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주고, 이들이 지역 사회에서 활동해 지역 문화의 발전을 이끌도록 장려, 그리고 같은 세대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이끌고 후원해준다. 분야는 가리지 않는다. 음악이던, 스포츠던, 예술이던. 파타는 20~30세의 젊은 리더들을 양성하고, 이들이 다음 세대에 각자의 역량을 전달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협업 - COLLAB

슈프림, 팔라스는 매주 협업을 선보인다. 서문에서 굳이 이들을 언급한 게 아니다. 파타 또한 슈프림, 팔라스와 마찬가지로 활발한 협업을 진행하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이름만 대면 아는 웬만한 스니커 브랜드들과 몇 번씩 힘을 합쳐본 것은 물론, 상상치도 못한 이색적인 만남을 내보여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아래에서 슈프라이즈가 간략하게 꼽은 몇 가지를 살펴보길. 


Patta x Asics Gel-Lyte III

2004년 론칭 이후 약 3년 만인 2007년, 파타는 드디어 첫 번째 협업을 출시한다.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들은 당시(2000년대 초반) 스니커 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아식스. 파타 x 아식스는 90년대 탄생한 모델인 ‘젤-라이트 III’에 암스테르담의 색감을 더해 내 당시 스니커헤드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가장 큰 특징은 신발 상자 대신, 특별한 배낭에 스니커를 담아 판매하였다는 점이다. 

공식 발매일 며칠 전부터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협업 젤-라이트 III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시작됐다. 자가용을 끌고 와 줄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어져, 발매 당일에는 총 400여 명의 사람들이 매장 앞에 진을 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당시 아식스 x 파타 젤-라이트 III는 약 300족만이 준비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암스테르담에서 사람들이 운동화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최초의 일이었고, 당시 지역 경찰과 언론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집중되기 충분했다. 한 마디로 엄청난 HYPE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Patta x Nike Air Max 1

파타는 2009년, 탄생 5주년을 맞아 나이키와 협업해 몇 가지 에어 맥스 1을 출시했다. 클래식 컬러웨이를 담아낸 협업 에어 맥스 1들은 바로 위 아식스 젤 라이트 III와 마찬가지로 단번에 전 세계 스니커헤드의 구미를 당겼다. 1987년 팅커 핫필드의 OG 디자인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스니커 곳곳에 파타의 감성을 적절히 녹여낸 협업은 현재 엄청난 리세일 프라이스를 기록하며 거래되고 있는바. 그래서인지, 최근 출시된 파타 x 나이키 에어 맥스 1 ‘모나크’에 유난히 눈이 간다. 


 Patta x The Daesun Soju Set

대선(대선주조)은 그 무엇보다도 뇌리에 박혔던 파타의 협업 파트너였다. 파타 2017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서울 팝업을 기념하는 대선 x 파타 협업은 티셔츠와 모자로 이루어진 캡슐 컬렉션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기 충분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주 중 하나인 대선의 라벨에 파랗고 커다란 파타 브랜딩이 새겨진 것이다. 두 브랜드는 이와 함께 아이코닉한 로고가 각인되어 있는 특별한 소주잔을 함께 제작하여 ‘스페셜 패키지’를 구성했고, 이는 곧 웍스아웃으로 전달되어 실제로 만나볼 수 있었던 기회까지 제공된 바 있다. 대선은 부산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대표 소주 브랜드이기에, 지역문화를 강조하는 파타가 이러한 협업을 진행한 것은 어찌 보면 ‘일맥상통’ 아닐지.

네덜란드에서 ‘쿨’함을 선도하는 리테일 숍이자 브랜드이자 커뮤니티. 파타의 이야기를 더욱더 자세히 파고들고 파고들수록 슈프림, 팔라스와는 다른 느낌으로 그 브랜드 자체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들이 단순히 비즈니스의 흥망성쇠를 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를 성장시키고, 함께 문화를 만들어 나아가기에 더 그런 듯도 하다. 

파타의 여정에 동참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파타 x 나이키 에어 맥스 1 ‘모나크’의 라플에 참여해보자. 국내에서는 아직 ‘나이키 코리아 SNKRS’라는 공식 발매처가 남아 있으니. 만약 응모를 놓쳤더라면 거래소에 들러보는 것도 충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