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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던 1 근본론(根本論)

에디터 J. ∙ 읽음 6,771 ∙ 2020.09.06
조던 1 근본론(根本論)
根本?
요즘 따라 근본이라는 말이 참 많이 들린다. 스포츠부터 음식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 선수는 근본이 있네 없네, 이 음식은 근본있는 음식이네 아니네, 이 가수는 근본이 있는 아티스트이네 아니네……. 온 국민이 서로 원조라고 외치고 다니던 신당동 떡볶이집들에게 빙의라도 한 것일까?

스니커즈도 예외는 아닌지, 스니커즈 커뮤니티에서도 끊임없는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하고 열렬한 토론은 뭐니 뭐니 해도 조던에 관한 것이다. 에어 조던, 특히 에어 조던 1이 소위 말하는 근본 있는 스니커즈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사람들이 갈리는 포인트는 컬러웨이다. 신발의 색, 어느 것이 제일 ’근본‘이 넘치는가?
시카고, 블랙토, UNC, 쉐도우 등등, 다양한 컬러웨어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 글은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이견이 그나마 덜 갈리는 네 가지의 컬러웨이를 다룰 예정이다. 각각의 색깔의 ’근본‘을 찾아 떠나보도록 하자.
1. 시카고(Chicago)
조던 컬러웨이의 대표격이기도 한 시카고는 그 명성에 걸맞게 리셀가도 어마무시하게 높다. 큰 인기에 힘입어 1994년, 2013년, 2015년 세 번에 걸쳐 재출시되었지만 이들마저 700~800달러의 리셀가를 형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검은색 스우시와 하얀색 텅과 토, 그리고 빨간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컬러웨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NBA 팀 시카고 불스의 상징 색깔이다. 1985년, 나이키가 브레드 컬러를 조던에게 신게 하는 것이 ’금지‘되자 차선책으로 고른 색깔이 이 시카고 컬러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해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출신 신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은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농구의 역사에 각인시켰다. 시카고 컬러는 영웅의 활약을 하고 코트를 떠난 후,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돌아와 또다시 정상을 차지해 그야말로 신화가 된 시카고 불스에서의 조던의 활약을 기리기 위한 컬러웨이인 것이다.
2. 브레드(Bred)
검정(Black)과 빨강(Red)의 조화로 묘한 카리스마를 주는 컬러웨어이다. 브레드라는 이름 또한 Black + Red 의 합성어이다. 2016년 ’BANNED’라는 이름으로 레트로되었고, 큰 인기를 끌었다. 왜 하필 브레드의 레트로 네임은 ‘banned’, ‘금지된’일까? 여기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85년 마이클 조던이 처음으로 브레드 컬러의 에어쉽을 신었을 때, NBA 측에서는 “uniformity of uniform” 룰에 따라 마이클 조던에게 착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이 규칙은 즉슨, 한 선수가 코트 안에서 신는 신발의 색깔은 팀 컬러와 동료 선수들이 신는 신발 색깔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카고의 색깔은 흰색과 빨간색이었고, 동료들 또한 그 색깔의 신발을 신고 있었기에 마이클 조던이 브레드 컬러의 신발을 신으면 ‘규칙 위반’이었다. NBA 측에서는 만약 마이클 조던이 이 룰을 어기면 매 경기마다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이키는 결국 조던에게 브레드의 색 중 검은색을 흰 색으로 바꾼 ‘시카고’ 컬러를 신게 했다.
이 이야기에서 금지된 신발은 에어쉽이라는 신발이었지만, 나이키는 이 스토리를 브레드 컬러의 에어 조던 1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매력적인 컬러웨이와 ‘금지된’ 컬러라는 스토리까지 결합되어 브레드 컬러웨이는 조던을 상징하는 색깔 중 하나가 되었다.
여담으로, 농구 만화의 전설로 자리 잡은 만화 ‘슬램덩크’에서 브레드는 ‘북산의 색’으로 소개된다. 신발가게 주인이 강백호에게 농구화를 소개해주면서 북산의 색임을 말하는 장면은 아직도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3. UNC(Univercity of North Carolina)
하얀색과 파란색의 조합이 매력적인 UNC는 오프 화이트와 조던의 협업으로 인지도가 매우 높아졌다. 빨간색 조던과는 또 다른, 스트릿한 무드를 살리면서도 캐주얼한 매력으로 팬층도 두터운 컬러웨이기도 하다. 이 색깔의 유래는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상징색이다.
조던 1의 근본 컬러웨이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컬러웨이로 UNC가 거론되는 것은, 조던의 모교가 바로 이 대학교이기 때문이다. 새파란 신인이었던 마이클 조던은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시카고 불스의 눈에 띄게 되었다. 전설의 시작점인 셈이다. UNC 컬러웨이는 조던의 시작이자 신화의 첫 장을 펼칠 수 있게 해준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4. 블랙토(Black Toe)
빨강, 검정, 하양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25년 전에도 그 공식은 성립했었나 보다. 검정으로 시크한 매력을 뽐내면서 빨강과 하양을 섞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렇게 멋진 컬러웨이를 가진 블랙토는 재미있는 탄생 비화가 존재한다. 나이키 공장에서 브레드 컬러의 조던 1과 시카고 컬러의 조던 1을 만들다가 공장 측의 실수로 두 가죽이 섞여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폐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수량이 생산되었고, 또 컬러도 괜찮게 섞여 그대로 생산을 결정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설은 정확하게 사실로 밝혀진 바가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

또, 블랙토는 그 유명한 점프맨 로고가 만들어지게 한 사진 속 마이클 조던이 착용한 신발의 컬러웨이다. 역사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의미 있는 신발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치며....
신발은 모두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알고 이해할 때 진정 그 신발의 가치가 빛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조던은 여러모로 특별한 신발이다. 에어 조던만큼 아이코닉하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스니커즈는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몰라도 상관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스토리를 알고 다시 스니커즈를 보면 그들이 달리 보일 것이다. 그런 ‘아하 모먼트’부터 진정 신발을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 이 글을 다시 읽어보자. 그리고 신발장 안에 있는 조던을 꺼내 점프맨 로고를 유심히 쳐다보자. 마이클 조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조던이 씨익 웃으면서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을 것이다. 환영해, Welcome to the 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