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교 중인 학생들, 패션과 신발을 좋아하는 매니아들,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까지.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스니커 브랜드가 있다. 1906년 미국에서 걸음 교정 등을 위한 특수 신발로 시작된 유구한 해리티지를 지닌 ‘뉴발란스’가 그 주인공. 뉴발란스는 미국 내에서 역대 대통령들에게도 사랑받는 진정한 ‘국민 신발’로서의 인기를 구가한다. 그리고 현재 그 인기는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이어지는 중이다.

신발로 시작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변모한 뉴발란스의 신발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그건 바로 ‘넘버링’의 개념이다. 뉴발란스는 신발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아닌 고유한 넘버를 부여해 모델을 구별한다. 372, 996, 574등 단순하지만 깔끔한 숫자들. 이는 뉴발란스의 신발이 풍기는 느낌과도 닮아있다.

1000점 중 990점 이상의 퀄리티라는 뜻으로 붙여졌다는 990번대 라인은 뉴발란스의 신발 중에서도 특히나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상품이다. 돌아오는 가을, 슈프라이즈는 가을 스니커즈로 뉴발란스의 992 모델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 992란 무엇인가?

992는 990번대 중에서도 대표격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뉴발란스의 상징색과도 같은 그레이 컬러를 기본으로 하는 이 신발, 신었을 때의 편안함을 지향하는 뉴발란스의 철학이 관철되어 최초로 발볼의 사이즈를 따로 지정할 수 있게 설계됐다. 때에 따라 새로운 컬러웨이가 발매되기도 하지만 화이트, 그레이, 블랙, 탄 이렇게 네 종이 가장 꾸준히 출시된다. 

이 신발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건 2006년이다. 기존 990시리즈의 장점은 그대로 차용하고 단점을 수정하며 고도화된 신발로 디자인된 992. 더 편한 착화감과 쿠셔닝 인체공학적 설계로 신는 이의 편의를 증진 시키는 데에 포커스를 맞췄다. 짧은 설명만으로도 이 신발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 제작된 것인지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신발의 정수는 심미적 아름다움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심미적 아름다움이란 새로운 디자인 혹은 화려한 컬러, 혁신적인 스타일과는 대척점에 있다. 슴슴한 디자인과 시그니처인 컬러 그리고 어떤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는 안정감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이 신발은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부터 세계 패션의 흐름을 선도하는 디자이너들에게까지 두루 사랑받는다. ‘단순함은 극강의 정교함이다’라는 다빈치의 격언과 가장 잘 어울렸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생전 즐겨 신은 신발이기도 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하던 그가 생전 가장 즐겨신었던 신발이라니, 역사상 이렇게 대중적이면서 매니악한 신발이 또 있었을까.

| 국내에 자리잡은 992 

992는 이제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스니커즈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티보이 룩'과 함께 뉴발란스에 대중적 관심이 쏠리며 자연스럽게 992는 국내에서도 쉽게 구하기 힘든 신발이 된다. 시대가 지나 패션의 흐름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 중이지만, 992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높은 인기를 유지 중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만큼 급변하는 한국의 패션 시장에 992만큼이나 오랜 기간 사랑받는 모델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뉴발란스의 유행을 불러온 것은 하나의 룩일지 모르지만 992는 유행으로 규정하기 힘들 만큼 넓은 범용성을 보여줬고, 여전히 그 범용성은 유효하다. 어쩌면 992는 이미 하나의 클래식화가 된 걸지도 모른다.

| 뉴발란스의 자존심, Made In USA 

992에는 ‘Made In USA’라는 수식구가 붙는다. 992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990 넘버의 신발들에는 이 문구가 붙는 데에는 뉴발란스의 확고한 철학이 담겨있다. 뉴발란스는 전체 신발 생산량의 25%가량은 자국내 생산으로 유지하는 브랜드이다.

Made In USA 라인은 국내 생산의 인증뿐만 아니라 이 신발이 수제화라는 표식이기도 하다. 한 짝 당 36개의 조각이 사용되고 한 족이 나오기까지는 총 72개의 조각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서로 다른 7개 부서의 80여 번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고. 992는 뉴발란스가 자부하는 장인정신의 산물인 것이다. 

국내 생산과 수제화, 마치 명품 구두가 그러한 것처럼 뉴발란스는 본인들의 확고한 철학을 신발에 관철시킨다. USA라인에 대한 철학은 뉴발란스 공식 홈페이지에도 드러난다. 뉴발란스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자료를 함께 보자. 

“

당신의 발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던, 뉴발란스는

Made In USA라인으로 당신의 걸음을 돕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70% 이상의 공정을 국내에서 진행하는 뉴발란스의 프리미엄 슈즈 라인인 

뉴발란스 MADE’ 컬렉션을 만나보세요

”

일련의 이유들 때문에 992는 매년 한정된 수량만 발매된다. 더 좋은 신발을 위한 뉴발란스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이 신발을 한정판으로 만든다. 한정판을 위해 생산되는 다른 신발들과는 다르게 뉴발란스는 필연적으로 한정판 신발인 것이다. 물론 한정판이라는 특수점도 있지만 복잡한 공정과 확고한 철학은 비슷한 기종의 타사 운동화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 중임에도 992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 뉴발란스 992의 코디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뉴발란스의 992 모델은 다양한 방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훌륭한 코디의 아이템으로 삼을 수 있다. 스웨트셔츠, 반바지와 함께 대학생 같은 착장에도, 넉넉한 실루엣의 캐쥬얼 의류에도 그리고 가벼운 미팅 때 입을만한 비즈니스 룩에도. 992의 활용은 광범위하다. 옷의 길이가 길어지고, 레이어가 늘어나 다양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인 가을, 992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뉴발란스 그레이 하우스

마지막으로 뉴발란스에 대한 해리티지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장장 12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이들이 신발에 많은 애정을 쏟는다. 삼청동에 위치한 ‘그레이 하우스’에서는 이 해리티지를 모두 담아둔 특별한 매장이다. 마치 뉴발란스의 박물관과도 같은 그레이 하우스 스토어. 뉴발란스의 대표 색상인 그레이를 위시로한 다양한 제품이 전시및 판매 된다. 

가을이 한껏 우리를 향해 고개 들고 있다. 이번 가을에는 992를 신고 그레이 스토어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